내가 어렸을 때 그는 가끔 늦은 저녁에 전화를 걸고는
내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.
"동훈아 뭐 먹고 싶어? 치킨 사갈까?"
한껏 톤이 올라간 그의 목소리에서 치킨이란 단어가 들려 올 때면
한껏 신난 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양념치킨을 외치고는 전화를 끊었다.
그렇게 1시간 가량이 지나고 누군가 계단 오르는 소리가 없어질 무렵
익숙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
"치킨 사왔다 얘들아"
술 냄새가 진하게 풍기던 그는 얼굴이 뻘개진 채로 우리 형제에게
자랑스럽게 치킨을 건넸고 그럴 때면 우리는 허겁지겁 포장을 뜯고, 치킨을 뜯었다.
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.
그가 오늘처럼 기분이 좋아서
치킨 상자를 매일 들고 오기를.
그런데, 시간이 한참 흘러 흘러서 나도 그처럼 직장인이 되고
두 아이의 아빠가 되니까 이제는 그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.
그때, 아버지가 술에 취한 채 치킨 상자를 들고 온 이유는 그날 기분이 좋았기
때문이 아니라, 그날이 유독 고되고 힘들었기 때문이었음을.
아무것도 모른 채, 자신의 작은 선물에 뛸 듯이 기뻐하는 자식들의 모습을 보며
지친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 받고 싶었기 때문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됐다.
출처: http://tzam.asiae.co.kr/cview.htm?sec=tzam03&idxno=2017031015463727107